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닌텐도와 세가는 8비트-16비트 콘솔 시대의 두 거인으로서 치열한 대결을 벌였다. 자연히 광고 경쟁도 함께 벌어졌는데, 직접적인 비교 광고가 허용되는 미국 특성상 서로를 직접 언급하는 광고도 있었는데, 오랜 경쟁자였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1위 닌텐도 - 2위 세가의 구도가 오랫동안 유지되었기에, 그러한 비교 광고를 한 것은 주로 세가였다. 말하자면 '어그로'를 좀 끌어보려는 것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것이 아래의 세가 메가드라이브(제네시스) 광고이다.



('Genesis does what Nintendon't', 1989)


'제네시스는 닌텐도가 할 수 없는 것을 한다'는, 상당히 도발적인 문구를 내세운 광고였다. 마이클 잭슨을 비롯한 호화로운 캐스팅도 인상적이다(실제로 메가드라이브용으로 '마이클 잭슨의 문워커'라는 게임이 있었다). 이 때는 아직 슈퍼 패미컴이 나오기 이전이었고, 이미 구형 기기가 다 된 8비트 패미컴을 상대로 16비트의 메가드라이브는 상당한 초반 인기를 끌 수 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메가드라이브의 제대로 된 경쟁자인 슈퍼 패미컴이 등장했고, 세가는 슈퍼 패미컴에 맞서기 위한 새로운 마케팅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메가드라이브가 슈퍼 패미컴보다 우위에 있었던 부분 중 하나는 CPU의 구동 속도였고, 그리하여 또 하나의 걸출한 광고 문구가 등장하게 된다. 바로 'Blast Processing'이다.



('Blast Processing', 1993)


'폭발적인 처리 속도'! 소비자들은 그게 정확히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서도 아무튼 그 문구에 매료되었다. 꽤나 성공적인 마케팅이었던 것이다. 소닉 더 헤지혹과 슈퍼 마리오 카트를 비교하는 게 화면 전환 면에서 공평한 비교가 아니지 않냐고 할 수도 있지만, 광고라는 게 그런 것이다.


얼마 후 메가드라이브용 주변 기기로 게임을 CD로 구동할 수 있는 메가 CD(세가 CD)가 나오게 되는데, 세가는 이 제품의 광고에서도 CD 주변 기기가 없는 닌텐도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세가 CD, 1993)


"야!"

"너 아직도 세가 CD가 없냐?"

"뭘 기다리고 있냐, 닌텐도 CD?"

"게임은 봤겠지?"

"틀린 답이야. 보여줘!"

...

"더 보고 싶나?"


그러나 메가 CD는 썩 성공적인 제품은 아니었다. 당시는 CD를 사용한 게임기의 태동기였기 때문에, 이런저런 기술적 문제들이 많았던 것이다(대표적으로 CD를 읽는 속도가 상당히 느렸다. 그러니 게이머들이 기다리다 지쳐버리곤 했다). 이 마케팅 역시 위의 광고들만큼 사람들에게 기억되지는 못하고 있다.


물론 닌텐도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동키콩 컨트리, 1994)


11초부터, 'Where you gonna find it?' 'NOT on Sega' 'NOT on 32X adaptors(메가드라이브의 주변 기기 중 하나인 슈퍼 32X(세가 32X)를 말하는 것이다)' 'NOT on CD-ROM'으로 세가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이러한 비교 광고는 가정용 콘솔에만 국한되지는 않았는데, 대표적으로 세가 게임 기어의 사례가 있다.



(게임 기어, 1994)


지난번 게임 기어 포스팅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시피, 당시 휴대용 게임기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닌텐도 게임보이에 비해 게임 기어가 갖고 있는 장점 중 하나는 화면이 컬러라는 것이었다. 해당 부분을 특별히 강조한 광고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실제로는 게임 기어는 컬러 백라이트 화면 때문에 배터리 소모가 상대적으로 빨랐고, 여전히 튼튼하고 오래 가는 게임보이가 시장을 장악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러한 광고 경쟁은 나름 몇 년 동안 이어졌으나, 세가는 메가드라이브 이후에 나온 새턴 - 드림캐스트가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서 현재는 더 이상 콘솔을 내놓지 않고 있고, 닌텐도는 여전히 나름대로 시장의 강자로 존재하고는 있으나,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혜성같이 등장한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가 가정용 시장을 꽉 잡음으로서, 예전만한 위상은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Posted by Jord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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