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워낙 대중화된 사회다보니 전화번호의 중요성이 많이 낮아진 상태이고, 그렇다보니 지역 광고 같은 게 아니면 광고에서 전화번호를 보기가 쉽지가 않다. 그러나 이전에는 전화만큼 간편한 연락 수단이 없었으니, 시청자에게 전화번호를 각인시키는 일이 대단히 중요했다. 그래서 전화번호에 멜로디를 붙여서 징글로 만들곤 했다.

이 중에서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사례들을 꼽아본다.

 

배칠수 꽃배달 (1588-39000) / 한국

제목을 보자마자 빵 터졌을 수도 있고 아니면 경우에 따라 PTSD(?)가 올 수도 있겠다. YTN이나 연합뉴스TV 채널을 볼 일이 많다면 익숙할 것이다. 사실은 이 광고는 원래 이 글에 넣으려던 생각은 없었는데 그래도 전화번호가 강조되는 광고 하니까 떠오르는 광고이긴 하다. 재미있게도 이 글 처음에 설명한 것과는 거리가 있는 요즘 광고인데, 지역 광고는 아니지만 다소 저예산으로 제작된 광고다보니 이런 특징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지역 광고는 예시가 너무 많다 보니 다 올릴 수는 없고, 유명한 모음 영상만 하나 올려본다.

(첫 번째 쌍마트랜스 광고는 영상의 문제로 소리가 왼쪽에서만 나온다. 또 두 번째 유니넷 광고의 경우 끝에 영상과 소리의 싱크가 맞지 않으나 이는 이 유튜브 영상의 문제가 아니고 실제 광고가 이랬다고 한다.)

 

세 번째 김해 해리헤어 광고만 뺀다면 나머지 세 광고가 모두 전화번호를 강조하고 있다(867-2404, 5544-115, 1544-7979). 특히 쌍마트랜스와 대구사랑 대리운전은 멜로디까지 붙여서 여러 번 읊어준다.

 

아발론 (775-8691) / 미국

우연히 알게 된 광고인데, 멜로디가 상당히 캐치해서 몇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 전화번호가 기억이 난다. 엘비스 프레슬리 스타일이랄지, 부담스러운 의상도 인상적이다... 80년대 광고라고 하는데 영상의 수준으로 미루어보아 지역 광고로 추정되며, 집의 보수공사 등을 해주는 업체로 보인다. 다만 문제는 업체 이름이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뭐 전화번호만 기억나면 전화는 걸 테니 아무래도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이소무라 건설 (343-4911) / 일본

번호 하나하나를 그야말로 꽂아넣는 수준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건설 업체로, 광고에서는 주택단지(뉴타운) 입주를 홍보하고 있다. 다만 광고는 번지르르하지만 댓글이나 이런저런 정황들을 살펴보면 광고에서 말했던 것보다 단지의 입지가 나쁘고 기본적인 인프라가 뒤떨어지는 등의 이유로, 업체의 평판은 좋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업체는 1985년 파산했다고 한다. 당연하지만 실속이 없는데 광고만 좋아서는 성공할 수 없다.

 

니혼분카센타/일본문화센터 (0120-00-2222) / 일본

이름은 문화센터지만 홈쇼핑 업체다. 아발론이나 이소무라 건설과는 다르게 번호가 약간 길긴 하지만 기본적인 번호의 구성이 워낙 좋다보니 흡인력이 상당하다. 0120-00-2222는 전국 전화번호이며, 지역별 번호는 앞부분이 다소 다르긴 하지만 맨 끝의 2222는 대개 유지된다.

 

응급 전화번호(?) (0118-999-881-999-119-7253) / 영국

자막 없는 원본 클립(링크)

얼토당토않은 길이에서 알 수 있겠지만 실제 있는 번호는 아니고, The IT Crowd라는 영국 드라마에서 나온 가상의 번호다. 잘 만든 멜로디의 강력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인데, 말도 안 되게 길지만 몇 번 들으면 그래도 머리에 남는다. 적어도 시작 부분의 0118과 끝의 7253 정도는 남을 것이다(개인적으로는 '881-99' 쪽이 가장 헷갈리는 것 같다). 물론 잘 기억나든 말든 긴급번호가 저렇게 길면 안 되지만 말이다.

세 자리씩 끊어서 쓰다 보니 저렇게 됐지만, 멜로디에 맞게 끊자면 0118-999-88-199-9119-725-3 정도가 맞지 않을까 싶다. 애초에 전화번호의 하이픈은 그저 기억상 편의를 위한 부분이라 의미는 없다.

 

생각보단 사례가 많진 않으나... 나중에 더 추가할 수도 있다.

Posted by Jord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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