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1년만에 글을 써본다.

 

이 포스트에서는 단일 광고가 아닌 총 3개의 광고 및 홍보 영상에 대해서 시간 순으로 다뤄볼 것이다. 셋 모두 특정 장면을 부분적으로 표절했거나 모티브를 표절한 것으로, 각각을 단일 포스트로 작성하기에는 좀 애매하고 표절 주체가 같아서 같이 작성한다.

 

(1) 프라이드 - 1988년

 

 

 

(프라이드 '부부' 편, 1988)

 

1세대 프라이드 광고 중에서는 가장 유명할 것이라 생각되는 광고이다. 특히 BGM으로 쓰인 F.R. 데이비드의 'Words'와, 특유의 간지(?)나는 탑승 장면 덕분에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탑승 장면, 사실은 표절한 것이다.

 

 

(코로나 쿠페, 1987)

 

프라이드 광고보다 1년 먼저 나온 토요타 코로나 쿠페의 1987년 광고인데, 시작부터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느낌만 비슷한 거 아닌가요? 별 게 다 표절이네요' 할 수도 있으니 지난번 맥콜 광고처럼 캡처해서 비교해 보겠다.

 

(프라이드 쪽 사진은 좌우반전하였다.)

 

의상부터 디테일한 자세까지, 빼도박도 못하는 표절이다. 다만 저 짤막한 장면만 표절하였고, 이외의 부분은 달리 비슷하지 않다. 다만 스포츠 쿠페의 광고 장면을 경제적인 소형차 광고에 표절해올 생각을 했다는 부분이 재미있다.

 

(2) 세피아 - 1992년

 

 

(세피아 홍보 영상, 1992)

 

사실 이건 올릴지 말지 약간은 고민되는데, 이 영상은 방송으로 송출된 광고는 아니고, 홍보용으로 제작된 영상이다. 2분 15초부터 나오는 장면을 눈여겨 보자. 아마 최근 국내에서는 싼타페 DM 광고 음악으로 더 유명할 'Days Are Numbers'를 BGM으로 깔고, 어두운 배경을 바탕으로 세피아의 차체에 여러 풍경이 비치는 장면이 나온다.

 

나름 세련된 연출이나, 이 역시 표절이다.

 

 

(알시오네 SVX, 1991)

 

위 영상은 세피아 홍보 영상보다 1년 앞서 나온 1991년 스바루 알시오네 SVX의 광고 영상으로, 세피아 홍보 영상과 동일한 연출으로 되어 있다. 이게 '표절'급인지는 다시 한번 캡처로 비교해보자.

 

(원본 영상과는 순서가 약간 다르나, 비교를 위해 비슷한 장면끼리 위아래로 붙였다.)

 

좌에서 우로 흘러가는 영상, 아파트를 위시로 한 도시 풍경, 터널의 조명, 자연 풍경, 차체에 번개가 치는 모습까지. 캡처하니까 생각보다 느낌이 살지 않는데, 영상으로 보면 정말 비슷하다. 잘 보면 두 번째는 헤드라이트가 켜진 것까지 동일하다.

 

어떻게 저런 데서 가져올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3) 카니발 - 2000년

 

 

(카니발, 2000)

 

이 광고는 위의 1, 2번 사례와 다르게 특정 장면 하나를 콕 집어서 표절한 것은 아니다. 골프공이 차량 내부 여기저기를 훑고 다니는 독특한 연출인데, 이 역시 표절이다.

 

 

(하이에이스, 1996)

 

카니발 광고보다 4년 먼저 나온 하이에이스의 광고이다. 이건 뭐 굳이 별도의 캡처나 설명이 필요 없으리라 본다. 자세히 보면 골프공에 차량의 로고가 찍혀 있는 것도 동일하다.

 

 

 

사실 포스팅을 작성하는 데 조금 조심스럽다. 표절 대상이 된 광고들이 죄다 일본 광고이니만큼, 자칫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비춰질까봐서다. 나는 이 포스팅으로 딱히 기아차에 대한 악감정을 조장하거나 일본 광고의 우월성(?)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절대 아니다. 이 포스팅에 올라온 사례들만 봐도 최소한 20년은 된 것들이다. 적어도 최근에 이러지는 않는다는 소리다. 정확히는 않기를 바란다.

 

다만 부끄러운 광고계의 자화상... 뭐 어쩌고 그러면 너무 거창해지고, 솔직하게 쓰자면 순수한 흥미에 의해서다. 아직도 내가 알지 못하는 사례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꼭 국내에만 이런 사례가 있는 것도 아닐 거다. 다만 국내 광고를 많이 알고 있다 보니 눈에 더 띄는 것일 뿐이다. 앞으로도 이런 사례를 보는 대로 최대한 충실하게 작성해보겠다.

Posted by JordanK
,